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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웅본색 스틸컷

한 시대를 풍미한 홍콩 누아르 영화의 탄생

영화 영웅본색은 누아르 장르 영화 중에 두 말할 필요가 없는 걸작 영화다. 홍콩 영화의 전성기를 이끈 영화 중 하나로 폼나는 액션과 함께 멋진 배우들의 비극적인 정서가 스며있는 연기까지 모든 요소가 조화를 갖춘 영화이다. 아버지 세대부터 오늘날 30대, 40대 관객들에 이르기까지 과연 이 영화를 안 본 사람이 있을까? 이 영화는 1986년 8월 홍콩에서 제작되었으며, 한국에서는 1987년 5월 23일 서울에서 처음으로 상영됐다. 개봉 당시 관객 수는 10만여 명이 채 되지 않았으나, 당시로서는 결코 적지 않은 관객수였다. 무엇보다 영화가 입소문을 타고 유명세를 얻게 되며, 당시 유행하던 비디오테이프 대여점에서 장기간 동안 대여 1순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2009년, 2015년, 2016년에 걸쳐 무려 세 번이나 재개봉된 영화이고,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영화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 영화가 걸작으로 칭송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배신과 복수, 의리가 공존하는 영화

이 영화의 감독은 홍콩 영화계의 거장 오우삼 감독이다. 그는 영웅본색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한 영화인 페이스 오프(1997)를 만든 감독으로 할리우드에서도 능력을 인정받은 세계적인 명감독이다. 여기에 당대 최고 스타인 주윤발(마크 역)과 장국영(송아걸 역)이 주연으로 출연했고, 이들보다 선배 배우인 적룡(송자호 역) 또한 이들과 호흡을 맞추며 영화의 균형을 잡아주었다. 영화는 주윤발이 연기하는 마크와 적룡이 연기하는 송자호가 위조지폐 조직의 핵심 멤버인 가운데, 그들의 화려한 모습을 조명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한편, 송자호의 동생인 송아걸이 장성해 경찰이 되자, 송자호의 아버지는 조직을 떠날 것을 권유하고, 송자호는 마지막 위조지폐 거래 후 조직을 떠날 것을 결심한다. 그러나 이때 누군가의 배신으로 송자호는 궁지에 몰리고 경찰에 자수한다. 마크는 송자호의 복수를 위해 나서지만, 총상을 입어 다리가 불편해진다. 이 일이 있은 후 3년이 지나 송자호는 출소하게 된다. 송자호는 동생 송아걸을 찾아가지만, 문전박대를 당하게 되고 택시회사에 취직해 성실히 살아간다. 어느 날 송자호는 마크가 보고 싶어 그를 찾아가는데, 마크의 삶은 한 없이 초라하기만 하다. 그리고 조직의 보스는 과거 자신의 부하였던 아성(이자웅 배역)이 차지하고 만다. 송자호를 만난 마크는 아성에 대한 복수를 제안하지만, 송자호는 부질없는 짓이라며 거부한다. 그러나 송자호는 마크의 뜻을 따르고 복수에 성공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마크가 온몸에 총을 맞고 죽음을 맞이하며 영화는 끝이 난다.

액션뿐만이 아닌 감성과 낭만이 충만한 영화

이 영화에는 기억에 남는 장면과 이야기들이 무수히 많다. 주윤발이 연기한 마크가 성냥개비를 물고 있는 모습이나, 불이 타오르는 지폐에 담배를 피우는 모습들은 참으로 남성미 넘치는 장면이다. 또한 이 영화를 통해 한국에서 이른바 바바리코트로 불리는 트렌치코트가 오랫동안 유행했다. 하지만 필자가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송자호가 출소 후 마크를 찾아왔을 때, 마크가 아성의 차를 세차한 후 아성이 길바닥에 던진 돈을 줍는 장면이다. 조직에서 최고의 자리에 올랐던 사람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후배가 보스의 자리에 올라 그의 차를 세차하는 신세가 되었다. 얼마나 비참한 현실인가? 지금 이 장면을 본다면 평범할 수 있겠지만, 당시 나온 영화 중에 이렇게 감성적이면서도 냉철하게 폭력조직의 모습을 묘사한 영화는 없었다. 영화 영웅본색은 홍콩을 넘어 아시아 누아르 영화 역사에 길이남을 명작이며, 최근에 나온 비슷한 장르의 영화들은 아직도 이 영화의 영향을 벗어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이후 2편과 3편 속편이 나왔지만 역시 1편보다 나은 속편은 없다. 필자는 학창 시절인 1998년 여름방학 무렵에 이 영화를 보게 되었는데, 그날의 기억과 감동은 아직까지도 선명하게 남아 있다. 살아 있는 동안 이 영화를 보게 된 것을 행운으로 여기며, 또 다른 영웅본색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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