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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최고의 주먹 김두한을 영화로 만나다
장군의 아들은 조선 최고의 싸움꾼 김두한의 일대기를 그린 한국영화로 지금으로부터 약 20여 년 전인 1990년 6월 9일 개봉했다. 한국 최초 백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서편제의 감독이자, 대한민국 영화계의 거장으로 불리는 임권택 감독 작품이다. 박상민이 주연을 맡아 영화의 주인공은 김두한 역할을 매우 멋지게 소화했다. 참고로 박상민은 이 영화를 찍기 전까지 완벽한 무명배우였으나, 이 영화를 통해 인기와 명성을 동시에 얻었다. 영화 출연 계기는 신인배우 공개 오디션을 통해서였고, 박상민은 첫 데뷔작부터 주인공을 맡게 된 것이다.또한 주연 배우 박상민만큼은 아니지만 다양한 인물들을 연기하며 조연으로 출연하는 신현준, 김승우 등의 연기도 볼만하다. 장군의 아들은 총 3편으로 제작되었으며, 그중 1편은 김두한의 어린 시절과 서울 종로 주먹계의 두목으로 자리 잡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같은 주제로 10여 년이 지나 제작된 드라마 '야인시대'와는 캐릭터 설정이나 액션 장면 등의 연출이 매우 다르다. 필자의 생각으로 김두한을 다룬 영상물 중에서는 영화 장군의 아들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와 함께 영화의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자.
사실과 허구가 잘 조합된 김두한 영상물의 표본
영화는 김두한의 어린 시절부터 시작된다. 부모와 정해진 거처 없이 거지 생활을 전전하는 김두한은 타고난 싸움 실력으로 서울 종로 우미관에 본거지를 둔 주먹계에 들어서게 된다. 이후 김두한은 '구마적', '신마적' 등으로 불리는 당시 서울 종로 최고의 싸움꾼들을 차례로 제압하고 전국적으로 명성을 떨치게 된다. 필자의 생각에는 영화 속 김두한이 조선 최고의 싸움꾼이 되는 과정에서, 관객을 몰입하게 만드는 요소가 크게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첫 번째는 김두한 주변에서 등장하는 수많은 조연들이다. 영화 중간에는 김무옥, 김영철 등 당시 실제 존재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불리는 캐릭터뿐만 아니라 종로 꼬마, 망치, 장도리 등 별명으로 존재하는 인물들도 다수 등장한다. 그리고 역사책이나 구전으로 전해졌던 각 인물들의 특징을 잘 살려, 그것을 말투와 복장 등을 통해 생동감 있게 연출한다. 이 같은 연출로 인해 관객들은 마치 당시 실제 존재했던 인물들의 이야기를 보는 것처럼 영화에 집중하게 된다. 두 번째로는 너무 정적이지도 않고, 너무 과하지도 않은 싸움 장면이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인 1930년대는 오늘날처럼 다양한 운동기구나 장비들이 거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체계적으로 격투기 같은 운동을 배울 기회 자체가 전무했던 시대이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격투 장면을 보면 이따금씩 공중 돌려차기 같은 비현실적 장면이 나오지만, 기습 공격을 통한 상대방 제압이나 서로 뒤엉키며 싸우는 현실적인 장면도 상당 부분 등장한다. 여담이지만 김두한이 형님뻘 되는 싸움꾼들을 제압한 후, 형님을 병원에 왜 안 모시고 가냐고 말하는 장면은 낭만과 의리가 있는 당시 주먹 세계를 대변하기도 한다.
김두한을 다룬 또 다른 영화를 기대하며
장군의 아들 1편은 일본 야쿠자 두목으로 종로에 진출한 하야시와의 일전 후 형사에게 잡혀가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이후 1992년까지 속편인 2편과 3편이 제작되었으며, 모두 세간의 관심을 받으며 흥행에 성공한다. 이 영화가 처음 나왔을 때 필자는 초등학생이었는데, 당시 아버지가 빌려오신 비디오테이프를 통해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볼 수 있었다. 김두한의 발차기 액션과 하야시를 맡은 신현준의 일본어 말투가 지금도 눈에 선하다. 또한 김두한을 따르는 부하들의 개성 넘치는 말투와 복장도 어린 소년의 눈에는 매우 인상 깊었다. 김두한을 소재로 한 영상물은 이 영화 이후 앞서 언급한 드라마 야인시대가 마지막인 듯하다. 드라마 야인시대는 김두한뿐만 아니라, 김두한의 라이벌 이정재, 이기붕 같은 독재정치세력 등 장군의 아들에 비해 매우 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또한 시간적 배경도 장군의 아들이 일제강점기까지 다루고 있는 반면, 야인시대는 해방 후를 지나 1960년대까지 다루고 있다. 훗날 김두한 이야기를 다루는 영화가 다시 나온다면 액션보다는 대사와 감정 연기를 좀 더 부각하고, 당시 시대적 묘사를 보다 정밀하게 다룬 영화가 나오길 소망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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