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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 스틸 컷

한국영화의 탁월성을 전 세계에 알린 영화

영화 기생충은 한국영화뿐만 아니라 세계 영화사에도 한 획을 그은 작품이다. 2019년에는 세계 3대 영화제 최고상에 해당하는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으며, 2020년에는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 장편 영화상에 이르는 4개 부분의 상을 휩쓸었다. 참고로 칸 영화제 수상작은 대부분 예술성이 뛰어나, 작품성에 비해 흥행성적은 저조한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영화 기생충은 흥행에서도 대성공을 거두며 칸 영화제 수상작 중 글로벌 흥행 순위 1위를 기록했다. 이 기록은 당분간은 깨지기 어려울 것이며, 앞으로 만들어질 한국영화의 과제이자 목표가 됐다. 이 영화에 대한 호평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필자가 생각하는 이 영화의 가장 위대한 점은 언어의 장벽을 넘어섰다는 점이다. 아무리 영화가 재미있고, 작품성이 뛰어나도 다른 나라 관객들이 영화가 만들어진 국가의 국민처럼 그 영화를 이해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다. 특히, 미국인들은 자막이 있는 영화를 본능에 가까울 정도로 거부하는 습관이 있는데, 기생충의 감독인 봉준호 감독은 이 부분을 극복하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을 동시에 받은 전 세계 몇 안 되는 감독의 반열에 올랐다. 영화 기생충에 다소 거부감을 가질 수 있지만, 봉준호 감독의 이 같은 업적은 누구라도 인정해야 하는 부분이다.

빈부격차 문제를 독창적이면서 집요하게 그려낸 작품

국가와 인종을 불문하고, 인류 모두에게 피부로 와닿는 문제가 바로 빈부격차이다. 빈부격차는 단순한 현상이 아니라 전 인류의 생존을 뒤 흔들 수 있는 중요한 문제이다. 예를 들어 빈부격차가 최고조에 달해, 가난한 사람 혹은 국가가 불만을 참지 못한다면 오늘 당장 전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전쟁이 일어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인류 전체가 멸망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빈부격차 문제를 어느 누구도 단번에 해결할 수는 없다. 그것은 불가능하다. 영화 기생충 역시 빈부격차 문제를 해소하자는 메시지를 담은 캠페인 영화가 아니다. 오히려 우리가 캐치하지 못한 일상 속 장면과 대사를 통해 이 문제를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가난한 가정으로 묘사되는 기택(송강호 배역)의 가족이 공짜 인터넷인 와이파이를 잡기 위해 이리저리 다니는 모습과 부유한 집안의 가장인 동익(이선균 배역)이 기택을 두고 선을 넘는다고 말하는 부분들이 그렇다. 이러한 장면과 대사들이 이어지며, 영화는 쉴 틈 없이 관객들을 집중하게 만드는 동시에 부자는 악하고 가난한 자는 선하다는 고정관념을 단번에 깬다. 이 영화를 통해 필자가 느낀 부자와 가난한 자의 결정적인 차이는 선과 악이 아닌, 가난한 자는 타인에게 관심이 많지만 부자들은 자신에게 관심이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빈부격차는 단순히 돈이 많고 적음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성격과 품행을 결정하기도 하는데, 이 영화는 거기에 그치지 않고 인간의 가장 근원적 부분 중의 하나인 냄새에 대해서도 과감 없이 말한다. 빈부격차를 이렇게 디테일한 관점에서 다룬 영화는 전무후무할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가볍게 볼 수만은 없는 영화

필자는 이 영화를 끝까지 본 관객 중에서 상쾌하거나 유쾌한 기분이 든 관객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우선 영화의 결말부터 짚고 넘어가자면 부자인 동익과 가난한 자인 기택 모두 불행한 결말로 영화가 마무리된다. 영화 기생충은 관객에게 빈부에 대한 문제를 자세히 보여주는 것일 뿐, 이 문제에 대해 어떠한 논평도 내놓지 않는다. 다만, 부자는 더 부자가 될 수밖에 없고, 가난한 자는 더 가난해지는 상황을 은유적 표현으로 영화 중간중간에 삽입한다. 기택의 집이 지하에 있고, 동익의 집이 꼭대기에 있는 모습과 동익의 아들 생일에 기택이 인디언 복장을 하고 있는 모습들이 이러한 부분을 상징한다. 본인은 이 영화를 보고 난 후 많은 생각에 잠겼지만, 영화 기생충을 통해 명쾌한 결론을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다만, 앞서 말한 것처럼 부자는 자신만을 생각하고 가난한 자는 주변의 눈치를 끊임없이 살핀다는 것이다. 이 점 때문에 빈부격차는 쉽게 해소될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다. 사실 이 문제에 대해 너무 깊게 고민할 필요는 없고, 관객들은 봉준호의 천재성을 아무 준비 없이 감상하면 된다. 기생충은 한국영화의 위상과 수준을 한 단계가 아니라 몇 단계 끌어올린 영화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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