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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신라의 달밤 스틸 컷

배우 차승원의 존재감을 널리 알린 영화

필자도 이 글을 쓰면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있다. 영화 신라의 달밤이 전국 누적 관객 수 480만 명을 돌파했었던 영화라는 사실이다. 이 사실에 놀란 이유는 필자 또한 이 영화를 너무나 재미있게 보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전체 스토리와 배우들의 연기 스타일이 B급 감성의 영화였기 때문이다. 본인은 이 영화를 고등학생 때 처음 보게 되었고, 장소는 영화관이 아닌

교실이었다. 기말고사가 끝난 후 담임 선생님의 배려 아닌 배려로 학교 근처 비디오테이프 대여점을 통해 반 친구들과 단체로 본 영화였다. 1990년대는 한국영화의 전성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유명한 배우와 작품들이 많았다. 사실 이 영화에 주연으로 등장한 차승원은 당시 영화계에서 큰 인지도를 쌓았던 배우는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이 영화를 통해 차승원은 배우로서의 입지를 굳히며, 이후 광복절 특사, 선생 김봉두 등의 영화에서 주연으로 출연하며 개성을 지닌 대배우로 거듭난다. 차승원과 시기적 차이는 있지만 김혜수와 이성재도 이 영화 이후 출연한 작품에서 모두 대성공을 거두며 배우로서 성공가도를 달리게 된다.

 

보면 볼수록 알 수 없는 이유로 빠져들고 마는 영화

이 영화의 주인공은 총 3명이다. 배우 이성재(박영준 역), 차승원(최기동 역), 김혜수(민주란 역)가 주연으로 출연했는데, 이 배우들은 앞서 언급했던 차승원처럼 영화계에서 대스타의 반열에 오른 배우들은 아니었다. 이를테면 당시 한국영화의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한석규, 박신양, 전도연, 최진실 등과 같은 배우는 아니었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 영화의 스토리 또한 정확히 표현할 수는 없지만, 무언가 애매모호한 구석이 있다. 과거 학창 시절과 현재 성인이 된 모습이 교차되는 상황에서, 주인공 외에 너무나도 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영화 시작 후 시간이 점점 지날수록, 이 영화의 묘한 매력에 빠져 든다는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 영화에는 우리에게, 아니 남성 관객들에게 매우 익숙한 배경과 설정이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경주라는 도시이다. 경주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대한민국 전국의 고등학교 수학여행 필수 코스인 동시에, 영화 배경으로는 잘 다뤄지지 않았던 도시이다. 또한 고등학교 시절 전설 중의 하나인 패싸움에 대한 추억을 상기시키고, 학창 시절 패싸움을 지켜보며 싸움 잘하는 친구들을 동경한 모범생이 커서 폭력 조직의 보스로 등장하는 이야기는 당시로서는 신선한 스토리였다. 또한 영화에 등장하는 감칠맛 나는 조연 배우들의 연기도 관객들로 하여금 흥미를 유발한다. 주연배우로도 손색이 없는 이종수, 이원종, 유해진 등이 조연으로 출연해 관객들이 한순간도 영화에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너무 가볍지 않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코미디 영화

영화는 스토리도 중요하지만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연기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신라의 달밤에서 전개되는 스토리는 전혀 진지하지 않고 조직폭력배를 희화화해서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하지만, 그 이면에는 주연 및 조연배우의 탄탄한 연기력이 뒷받침되어 영화의 전체적인 균형을 유지해준다. 특히 우스꽝스러운 장면들이 지속되다가, 후반부에 민주란을 두고 박영준과 최기동이 펼치는 사랑과 우정 연기는 이 영화가 그저 아무 생각 없이 볼 수 있는 코미디 영화의 지루함을 잘 극복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예이다. 그런데 이 영화의 앞서 언급한 특징들은 갑자기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바로 이 영화를 제작한 김상진 감독의 오랜 내공에서 기인한다. 김상진 감독은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을 비롯해, 깡패 수업, 투캅스, 광복절 특사 등 다수의 영화를 제작한 실력 있는 감독이다. 광복절 특사(2002) 이후 이렇다 할 흥행작이 없지만, 그의 전성기에 제작된 작품들은 한국 코미디 영화의 한 축을 세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라의 달밤 성공 이후, 그는 다시 배우 차승원과 손잡고 광복절 특사를 제작해 관객 수 3백만 명을 기록하며 연속 흥행에 성공했다. 오랜만에 한국 코미디 영화의 진수를 느껴보고자 한다면, 고민 없이 신라의 달밤과 광복절 특사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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