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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국가 부도의 날 스틸 컷

IMF 경제 위기를 다룬 우리나라 최초 경제 스릴러 영화

영화 국가 부도의 날은 우리나라 국민에게 너무나 친숙하면서도 비극적인 역사였던 IMF 경제 위기 당시를 다룬 영화이다. 대한민국의 IMF 경제 위기는 1997년에 발생했고, 이 영화는 그로부터 약 20여 년이 지난 2018년에 제작됐다. 인터넷 상에서는 크게 5명의 주연 배우가 소개되지만, 필자가 생각하는 핵심 주인공은 3명으로 요약될 수 있다. 여주인공은 김혜수(한시현 역), 남주인공은 유아인(윤정학 역)과 허준호(갑수 역)이다. 영화 국가 부도의 날의 장르는 편의상 드라마로 분류되지만,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경제 스릴러 영화라고 부르는 것이 적절할 듯하다. 이 영화가 경제 사건을 주요 소재로 다뤘으며, 영화 속에서 우리나라가 IMF 관리를 받기로 한 날짜가 확정이 된 후에는 제한된 시간 속에서 주인공들의 각자의 생존을 위해 치열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기 때문이다. 감독은 1976년생 최국희 감독으로, 영화 스플릿(2016)으로 데뷔했던 감독이다. 다소 무겁고 진지한 소재를 다뤘지만 본 영화는 관객 수 375만 명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이제 영화의 대략적 줄거리와 흐름을 살펴보자.

세 가지 이야기를 하나로 묶는 감독의 능력

영화는 한국 경제가 초고속 성장을 달성하고, 머지않아 선진국으로 진입할 거라는 희망으로 가득 차 있던 1990년 중반을 소개하며 시작된다. 이 부분에서 2020년대를 살고 있는 오늘날의 우리가 보면 말도 안 되는 풍경들이 스쳐간다. 마치 야유회 같은 취업 전형 풍경이나, 중소제조기업 사장이 백화점에 납품하게 되어 기뻐하는 장면들은 오늘날의 저성장 시대에서 더 이상 볼 수 없는 장면이 되었다. 또한 이들 장면들은 관객들로 하여금 곧이어 닥칠 경제 위기가 매우 큰 충격으로 느낄 수 있도록 감독이 의도한 장치이기도 하다. 초반부가 지나가면 영화는 각기 다른 상황에 처한 세 주인공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한시현은 국가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정부 관료로 나오고, 윤정학은 경제 위기 속에서 반대급부에 투자해 큰돈을 벌려는 인물로 나온다. 마지막 갑수는 국가가 부도를 맞이하는 상황의 최전선에 있는 피해자로 나온다. 이들 세명의 이야기는 속도감 있으면서도, 동시다발적으로 전개된다. 사실, 대부분의 영화에서 복수의 주인공과 스토리가 등장하면 관객들이 집중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최국희 감독은 1997년 실제 발생한 IMF 경제 위기를 시종일관 관객들에게 주입시키며, 세 주인공의 이야기를 하나로 묶는 데 성공한다. 관객이 셋 중 어떤 이야기에 몰입하더라도, 핵심 주제는 IMF 경제 위기로 귀결되는 것이다. 영화를 아직 관람하지 않은 분들을 위해 영화의 결말을 공개하지는 않겠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알고 있듯이 당시 경제 위기 사건 이후 우리나라는 많은 부분에서 변화가 일어났다. 전에 없던 비정규직이 생겨나고, 문서와 계약서가 의리와 신뢰를 대신하게 됐다. 관객들은 영화 국가 부도의 날을 통해 필자가 말하는 경제위기 전후의 달라진 상황을 충분히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조금 더 일찍 세상에 나왔어야 할 영화

필자는 영화 국가 부도의 날을 매우 인상 깊게 보았다. 이 영화가 너무 보고픈 나머지 밤 11시 심야시간표를 구해서 볼 정도였으니 말이다. 영화를 보며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폭력이나 범죄 등 자극적인 소재 없이, 경제 역사를 가지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을 느꼈다는 것이다. 물론, 경제에 관심이 없는 관객이라면 이 영화가 다소 지루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필자는 관객들의 경제에 대한 관심 여부를 떠나 아쉬운 점 하나를 지적하고자 한다. 사실 1997년 IMF 경제위기 이후에,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경제 위기를 몰고 온 사건이 있다. 이른바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라 불리는 이 사건은 우리나라가 1997년 겪은 IMF 경제위기와 맞먹을 정도의 역사적 사건이다. 따라서 이 영화가 조금 더 일찍 나왔다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에 공감했을 것이고, 두 경제 위기를 비교하며 보는 재미도 있었을 것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이 영화가 개봉한 2018년에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다룬 영화가 나오는 게 적절하고,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발생한 2010년 전후에 이 영화가 나오는 게 좋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것이 이 영화의 치명적인 단점은 아니고, 이 영화에 대해 굳이 아쉬운 점을 꼽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IMF 경제위기 사건도 이해하고, 배우들의 몰입감 넘치는 연기도 보고 싶은 관객이라면 꼭 이 영화를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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